지워지는 볼펜 frixion ball

대만에 오고나서 생활 및 기타 부분을 제쳐두고 가장 적응이 힘든게 "글자습관"이었다.
언어라는게 본래 습관이 되고나면 "인이 박힌다"고 하는데,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한국에서 간체를 꾸준히 보고 배우던 습관이 참으로 무섭더라.

원래 12살부터 훌륭하신 초등학교 선생님 덕분에(?) 남들 배우지 않는 서예와 한자를 하다보니, 한국에서 쓰는 한자는 왠만큼 신문, 서적에 나오는 한자는 다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중국어 간체를 배우면서 두뇌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고, 나에게 한자(漢字)는 간체(简体)로 인이 박혀 버렸다.
그러다 지금 다시 대만에 와서는 번체(繁體)를 사용하면서 어느새 간체를 서서히 잊어버리고 반체와 한자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렇게 대만에서 번체로 필기와 무언가를 끄적일때 대만 사람들이 쓰는 글을 보면 과연 글자인가 싶을 정도로 휘갈겨 쓴다.
물론 깔끔하게 쓰는 사람도 있지만..
덕분에 나도 매일 수백자씩 손으로 필기를 해야하기에 한 가지 습관이 바뀌었다.
원래 볼펜 성애자인지라..한국에서도 필기감, 볼펜몸체 두께 따위를 따져 가며 신기한 볼펜은 죄다 사보는데.. 0.5mm이하는 왠만하면 안쓴다.
너무 얇으면 내 필체를 나도 감당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대만에 와서 발견한 잇!! 쏘!! 핫!! 아이템!!
그거슨.. 지워지는 볼펜!!
예~~전에 한국에서 본 적은 있지만..본래 한국에선 일본산 볼펜이 뭣이 그리 비싼지~ 그리고 딱히 얇은 볼펜으로 쓰고 지울일은 없었다.

대만에 와서 번체를 쓰면서 이 복잡하기 그지 없는 한자를 쓰고 있노라면, 내 눈알이 빠질것 같다..
더군다나 책이나 교재, 간혹 온라인 기사에서 획수가 엄청난 한자를 처음보면 메모장을 켜서 폰트 40으로 바꿔야 겨우 알아볼 수 있다....-..-;;
贏,龜, 屬,灣
이런 글자를 간혹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쓰노라면 0.1mm펜이 절실하다고 느껴질때가 간혹 있다.
엄살좀 피우면 그렇지만..
아무튼 이 펜을 보고나서 여러종류를 보다가 0.38mm펜을 써보고는 어찌나 편한지!!



지워지는볼펜 차차비(擦擦筆)&볼펜심(筆芯)
Farixion 0.38mm ball pen
0.38mm로 볼펜 몸통이 조금 얇아서 나 같이 손큰 사람에겐 조금 적응이 안되지만, 0.5mm, 0.7mm, 3색 두꺼운 볼펜도 있다.
참고로 색상이나 두께 종류는 다양하다~ 색까별로 다 사고싶은걸...꾹꾹 참았다...
비싸지 않지만 괜히 욕심에 색깔별로 다 샀다가 쓰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

가격 : 0.38mm 기준
볼펜 개당 :33원(한국돈 1,188원)
볼펜심 3개입 : 68원(한국돈 2,448원)



볼펜심(筆芯)은 생각보따 짧아서 금방 써버릴 것 같은데, 다행히 볼펜심만 3개 묶음을 따로 판매한다~ 이런건 참 좋은듯!
원래 기존에 애용하던 미츠비시 Mitsubishi 볼펜은 잉크형태라 가끔씩 볼펜똥(?)이라 불리는 녀석이 참 귀찮게 했다.
이 볼펜은 검정색의 경우 일반 볼펜에 비해 색이 조금 연한 검정색이긴 하지만 필기용으로 쓰기엔 적당하다.


볼펜의 뒷부분에는 실리콘 소재의 지우개 역할을 하는 이 녀석! 이 놈때문에 볼펜으로 쓰고도 슥슥 잘 지워진다~
신기하기 그지없는 이 녀석의 擦擦지우는 능력은 얼마나될까?




위에 처럼 세가지 색으로 글자를 적고 뒷부분으로 지워 보았다.
엄청난 압력을 가하지 않아도 잘지워지고, 만약 굉장히 세게 눌러서 적으면 압력에 의한 자욱 정도는 남는다.
하지마 가볍게 필기하는 정도는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잘 지워진다.
어차피 연필이나 샤프로 필기한 후 번져지는 느낌이 싫다면, 이 펜으로 쓰고 지웠다 하는것도 나쁘지는 않은것 같다.

국내에서도 G마켓에 팔긴하지만 들고 다니는 사람은 그다지 많이 못봤는데..
여기선 내가 "우와~신기하다!!" 하니까 무슨 원시인 보듯이...이걸 왜 몰랐냐며 하는 식이다.
뭐 덕분에 서점가서 일본 브랜드 볼펜 종류만 수백가지 보다가 하나씩 써보다가 하 시간은 훌쩍 지나버린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