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태풍과 추석 종교 풍경

대만에서의 첫 추석.
그리고 2개의 태풍 연타!
아쉽게도 대만은 추석전날은 쉬지않는다...
추석전날 까지 날씨가 애매하게 안좋더니 추석당일은 그래도 바람이 많이 부는정도~
14호 태풍 므란티가 가오슝과 핑동 지방을 휩쓸고 지나가 꽤나 피해가 크다.

다행히 타이페이는 큰 피해는 없지만, 밖에 나가질 못하니 어디 놀러갈 계획는 애초에 다 캔슬!
그런데 왜..온다는 두번째 16호 태풍은 애매하게 늦게오는건지..

16일 추석 다음날 무지하게 날씨가 좋다!
이럴줄 알았으면 놀러갈걸.. 태풍전야라고 엄청 더운 날씨! 하지만 밤부터 무지막지한 놈이 타이완 동북부를 밤새 휩쓸고 지나간단다..


어쨋거나 대만온지 얼마안되서 아는 친구들도 몇명 없고, 추석날은 굉장히 우울 심심 그 자체!
추석날엔 대만 사람들은 가족, 친구끼리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단다. 그래서 추석이 가까워 오면 마트나 길거리에선 흔히 볼 수 있는게 고기 굽는 불판을 많이 판다.

왜?? 추석에 烤肉 고기를 굽게 됐을까? 하는 질문에 대만 친구들도 원래그래~ 라는 답밖엔 모른단다. 어디서 보니 꽤 오래전에 고기 양념 회사에서 프로모션 경쟁이 붙으면서 이게 인이 박히도록 변해서 고기굽는게 문화처럼 됐다는 얘길 봤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마치, 한국에서 빼빼로회사가 11월 11일 빼빼로데이로 만들어 그 날이 공식적인 날이 되어버린것 차럼 일종의 마케팅 승리가 아닌가 싶다.

뭐 날씨만 좋았다면 烤肉파티에 갔겠지만, 날씨때문에 패스~~ 하고!







[대만의 추석 풍경]
추석 전날 집 근처에서 뭔가 시끌벅적~ 퍼레이드를 하는데 처음엔 불교나 도교행사인줄 알았다.


대만에는 교회를 찾기 힘든데, 대부분은 불교와 도교를 믿는다. 현재 한국에서의 불교느낌 과는 사뭇 다르긴 하나,
대만 친구 얘기로는 집 근처 福德宮이란 사원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데, 단수이에서는 꽤나 큰 규모의 사원이기때문에 이 종교를 믿는 상점앞에 제단같은것을 마련해두면 사신과 동물형상한 인형들이 지나가면서 복을 빌어준단다.

특이한것은, 이 행사가 있기 전(추석 일주일 전 부터) 버스정류장이나 주변 거리에 행사가 있을거라고 공지를 해둔다.
거의 2시간동안 이어지는 행렬과 폭죽소리에 온 동네가 시끄러운대도 불구하고, 이 행사에 차가밀려도 시끄러워도 누구하나 불만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차 한 대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좁은 2차선 도로에 행사차량만 수십대, 행사인원만 수백명인데오 자체적으로 교통통제하고, 폭죽을 터뜨릴땐 잠깐씩 계속적으로 길을 완전 막는다.

그런데도 자동차 경적소리조차 빵빵거리지 않고, 오토바이들도 신호등 대기하듯이 기다린다. 한국 같았으면, 경찰통제없인 상상하기 힘든 종교행사가 아닐까 싶다.

이 행사는 인형탈은 쓴 인형(관우 신 또는 용, 지역신)이 오기전
"폭죽한번 터뜨리고 ☞ 사신이 와서 인사하고 복 빌어주고 ☞ 다시 폭죽 터뜨리고" 이렇게 반복한단다.

좀 더 알아보니, 이 인형들과 이 행사는 대만사람들이 꽤나 많이 믿는 지역을 관장하는 지역신의 일종인 "토지공(土地公)"을 모시는 "바이바이(拜拜)"라는 행사라고 한다. 이 지역신을 모시는 상점들이나 큰 길가의 집 앞에는 저 마다 과일과, 공양물같은 것을 올린 작은 제단을 마련해두고, 제단에는 "관우 또는 믿는 신"의 형상의 모형과 함께 놔두면, 위 사진처럼 지나가면서 복을 빌어준다.
이 때, 토지공이 폭죽을 맞게 되면, "사악한 기운이 없어지고, 운수대통하며 재물을 불러온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 앞과 길거리에는 지나갈때 마다 폭죽을 터뜨리니 굉장히 소란스럽긴 하다.

타지인의 눈에는 굉장한 축제의 현장 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에게는 단오전과 정월대보름, 중추절이면 1년의 행복을 기원하는 하나의 종교이니 다음번에는 나도 한번 소원을 빌어봐야 겠다.